최근 영화의 흔해진 줄거리 소재 중 하나가 타임슬립인 것 같습니다. 특히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주인공이 과거로 날아가 맞닥뜨리는 여러 위기는 흥미로운 소재임이 틀림 없습니다. 오늘은 그 중 숨겨져 있던 수작 '데자뷰'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.
1. 토니 스콧 감독의 영화입니다.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으로도 알려져 있지만, 그 또한 재미있는 작품을 다수 만들어 냈습니다. 아쉽게도 토니 스콧 감독의 작품을 영화관에서 관람한 적이 없습니다. 지금은 거의 유물이 되어 버린 DVD로 '데자뷰'를 처음 보았습니다. 당시 DVD대여점에서 진열되어 있던 수 많은 작품들 중 고르게 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, 후회되지 않는 선택이었음은 분명합니다.
2. '데자뷰'는 영화 상에서의 시간이 촉박하게 흘러갑니다. 수 년전 혹은 수십 년전 과거로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안에 조여오는 긴장감이 '데자뷰'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. 영화 제목인 '데자뷰'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딘가에서 본 듯한 가물가물한 느낌이 후반부에 갈 수록 퍼즐처럼 맞춰지는 순간에는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습니다. 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말할 수는 없지만, 이런 종류의 타임슬립 영화는 맨 초반부에 이미 결말을 알고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. 그 결말까지 가는 과정에서의 줄거리를 얼마나 촘촘하게 만들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한다면, '데자뷰'는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습니다.
3. 연기에 대해서는 두 말할 것도 없는 덴젤 워싱턴과 지금은 안타깝게도 후두암으로 목소리를 잃은 발 킬머가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. 토니 스콧 감독의 영화는 뭐랄까, 소시민 영웅의 영화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. '데자뷰' 이후에 '펠햄123'이나 '언스토퍼블'에서도 같은 덴젤 워싱턴이 주인공이면서 지하철 배차원과 화물열차 기관사로 연기하면서 자신의 직업에 신망을 받으면서도 선한 마음으로 활약하는 연기를 선보입니다.
4. 타임 슬립 영화의 또 다른 묘미 중 하나는 이른바 떡밥 회수입니다. 미래에서 일어난 일의 결과를 알고 있는 관객에게 과거의 어떤 일로부터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는지를 하나씩 밝혀나가는 특유의 재미가 있습니다. 이러한 관점에서는 영화관에서 한번 볼 것이 아닌, OTT에서 N차 감상을 하면서 여러 복선들을 찾아나가는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.
5.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, 분명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던 토니 스콧 감독의 작품을 더 볼 수 없다는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. 하지만 누군가가 요새 영화 말고 예전 영화 중에 재미있는 것 좀 추천해달라고 저한테 물어본다면 분명 그의 작품을 추천해 줄 것입니다.